<담양인물지도>94. 담양농업기술센터 농업연구사 이철규 박사
<담양인물지도>94. 담양농업기술센터 농업연구사 이철규 박사
  • 설재록 작가
  • 승인 2017.05.02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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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향이 전 세계 딸기시장을 점령할 날 기대해 봅니다”

 
2006년 당시, 우리나라 딸기시장은 일본 품종이 80%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 농가가 부담해야 하는 로열티가 수백원에 달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담양군에서는 딸기 신품종 개발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이 프로젝트의 중심에는 담양농업기술센터 이철규(49세) 박사가 있었다.


“이 일이 처음 시작되었을 때만 해도 그것이 가능한 일일까라고 회의적인 분위기가 지배적이었습니다. 30년 넘게 딸기 육종을 해 온 진흥청에서조차 하지 못한 일을 군단위의 지자체의 기술센터에서 무슨 수로 하느냐는 부정적인 의견도 있었습니다. 더구나 당시 우리 군 기술센터의 시스템도 거대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기에는 구조적으로 열악한 상황이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무한도전(무모한 도전)이었던 것입니다.”


이 박사는 이 프로젝트가 시작되던 당시를 술회한다.


첫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벽에 부딪치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주위의 부정적인 시선은 차치하고라도, 노하우도 없고, 개발시스템도 갖추어지지 않았고, 조언을 받을 데도 없었다. 모든 상황이란 바닥을 치면 그 다음은 반등이 시작되는 것이 세상의 이치인 것이다. 벽에 부딪히면 부딪힐수록 좌절하기보다는 이 박사의 욕심은 더욱 커졌다. 기어이 끝을 보고야 말겠다는 오기도 생겼다. 출퇴근 시간이 따로 없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육종온실과 실험실에서 살았다. 농촌진흥청의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었다.


“이 시절, 우리 아이들에게는 아빠 노릇 한번 제대로 못했습니다. 머릿속에는 오로지 육종온실에 자라고 있는 딸기 묘 생각뿐이었습니다. 내 인생을 전부 걸었다고 해도 과장된 말은 아닐 것 같습니다.”  연구를 시작하고 나서 두 해가 지났을 때 어느 주말 유원지로 가족나들이를 갔을 때 일이다. 육종온실을 지키고 있는 담당자에게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자동 관수시설 시스템이 고장 나 묘가 말라죽게 생겼다는 것이었다. 이 박사는 아내와 아이들을 유원지에 남겨놓고 육종온실로 달려갔다. 그리고 밤늦게까지 물주기를 해 가까스로 묘를 살려냈다. 그런 일이 있고 나서의 가족나들이는 담양 주변을 벗어나 본 적이 없다.


해를 거듭할수록 이 박사는 그 무엇인가 중압감에 시달렸다. 연구를 시작한 지 4년이 지났지만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결과물은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육종이라는 것은 인내와 시간과의 싸움이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씨앗 만 개를 뿌리면 하나 얻기도 어렵습니다. 시간도 최소한 7년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실패를 받아들일 수 있는 인내하는 마음도 필요하고요.”


4년이 지났지만 그야말로 안개 속을 걷는 기분이었다. 이 박사는 4년 동안에 걸쳐 진행해왔던 연구과정을 처음부터 다시 되짚어보기로 했다. 이렇게 해서 그동안의 시행착오를 하나하나 점검하기 시작했는데 그 일을 하는데 3년이 걸렸다. 그리고 마침내 2012년, 계통명인 ‘담양1호(담향)’와 ‘담양2호(죽향)’가 탄생했다.
 

“그야말로 천하를 다 얻은 기분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이것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점이었습니다. 맛이 좋은가, 단위면적 당 수확량, 병충해에 대한 강점 등에 대해서도 검증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시장에서 인정을 받아 농가에 보탬을 주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한 농가의 도움을 받아 시험재배에 들어갔습니다. 시험재배 농가를 찾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시험재배 농가의 입장에서는 모험이었을 수도 있다. 시험재배의 결과는 시쳇말로 대박이었다. 당도는 11.2브릭스(Bx)로 기존의 딸기보다 월등히 높았다. 과육도 단단하고 치밀해 씹는 맛이 좋았다. 딸기농사의 골칫거리인 흰가루병에도 강했다. 농촌진흥청 품평회에서도 최고의 평가를 받았다. 뿐만 아니라 국제원예학회에서도 관심을 보였다.


담양에서 딸기박사로 통하는 신아무개(70세) 씨는 신품종 딸기 죽향에 대해 이렇게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신씨는 그동안 ‘육보’ 재배로 하우스 한 동당 2천만원 정도의 소득을 올렸는데 죽향으로 바꾸고 나서는 3천만원으로 증가했다고 한다. 그런데 신씨가 죽향에 매료된 것은 소득의 증가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병충해에 강하고, 새끼도 덜 나와 일일이 제거해 주지 않아도 되고, 꽃 개수도 알맞아 꽃대를 솎아 주는 일을 하지 않아, 그만큼 일손이 덜 들어 농사짓기가 훨씬 수월해졌다는 것이다.


담양군은 죽향의 세계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네덜란드 육종회사 플레보플렌트사와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국제인증 묘 생산시스템을 구축하고 국제품종보호 출원도 낼 예정이다. 플레보플렌트사는 폴란드, 프랑스, 포르투칼,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지역의 종묘 수출 전진기지를 담당하게 된다.


담양 딸기 ‘죽향’이 국내 시장에 선보인지 불과 4년, 그 짧은 기간에 죽향이 우리나라 딸기시장을 평정했다는 평가는 결코 지나친 것이 아니다. 소비자, 상인, 한 목소리로 죽향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


어느 소비자는 자신의 블로그에 ‘딸기 하나로 행복한 저녁이 되었다’는 글을 올렸다. “죽향이라고 해서 다른 딸기보다 값을 조금 더 주고 샀다. 한두 개를 먹었는데 정말 맛있어서 손이 자꾸 갔다. 결국 앉은 자리에서 상자를 모두 비우고 말았다. 죽향 딸기로 인해 모처럼만에 행복한 저녁을 보내게 되었다.”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어느 상인도 자신의 블로그에 ‘나는 소비자에게 행복을 선사하는 사람’이라는 글을 올렸다.


“여러 해 과일장사를 했는데 담양딸기 죽향을 팔게 된 것이 너무 행복하다. 왜냐하면 나는 이 딸기를 그냥 과일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죽향을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것을 행복을 전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죽향은 과연 어떤 맛일까? 어쩌면 그 딸기가 죽향이라는 걸 모르고 이미 먹었을 지도 모른다. 일부러 찾아서 먹어봤다. 죽향이라고 해서 그런지 확실히 다르긴 달랐다. 무르지 않고 찰진 느낌이다. 한입 베어 물자 입안에 기분 좋은 향기가 퍼지고, 그 향기 속에 달콤한 맛이 섞여 있다.


“자화자찬 같습니다만 현재 우리 담양의 죽향을 능가할 딸기는 없다고 자부합니다. 유명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등 매장을 점령했지만 중소상인들에게는 물량을 공급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뿐만 아니라 딸기의 본고장이라고 할 수 있는 일본을 비롯해 여러 나라에서 우리 죽향의 인기는 대단합니다. 일반시장에도 물량을 원활히 공급하고 수출도 더욱 확대해 나가기 위해서는 재배면적의 확대가 절실합니다.”
 

담양딸기 죽향 탄생의 산실 담양농업기술센터, 그리고 농업연구사 이철규 박사, 이들의 지난한 노력이 다시한번 담양을 더욱 담양답게 만들어가고 있다. 그리고 이철규 박사의 도전의 눈길은 또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 벼, 블루베리, 메론 등 그가 바라보고 있는 농작물들이다. 이 박사는 그것들에서도 죽향과 같은 신화를 쓰고 싶은 것이다. 
 
*이 글은 2017년 4월 27일 현재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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