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담양 인물지도 101>. 100년을 이어온 맛집 4대 며느리 한미희씨
< 담양 인물지도 101>. 100년을 이어온 맛집 4대 며느리 한미희씨
  • 설재록 작가
  • 승인 2017.07.10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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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식당의 대를 잇는 며느리로서 자부심을 갖고 살아갑니다”

외지에 사는 나의 지인들은 우리 담양을 음식 잘 만들어 먹는 고장으로 알고 있다. 나를 만나기 위해 담양에 올 생각을 하면 먼저 입에 군침이 돈다며 너스레를 떠는 친구도 있다. 서울로 시집가 살고 있는 딸도 친정집에 올 때면 첫날은 어느 식당에 가서 무엇을 먹고, 다음날은 어느 식당의 무엇, 그렇게 머무는 마지막 날까지 계획을 세우고 온다. ‘맛의 고장 담양’이 확실하긴 확실한가 보다.


그러고 보니 우리 담양에는 먹거리가 참 많다. 창평에 가면 돼지국밥집이 여러 군데다. 읍내 백진강 변 숲거리에 가면 국수집이 즐비하다. 들길을 따라가다 보면 추어탕, 오리탕, 팥칼국수집이 여기저기 널려 있다. 담양식 돼지숯불갈비는 전국 곳곳에 간판을 내 걸고 성업 중이다. 담양의 떡갈비는 어느 귀한 손님에 접대할까 그 생각이 먼저 떠오른다.


이렇듯 많고 많은 식당과 먹거리가 있는데, 담양읍내에는 다른 사람보다 앞질러 가지 않으면 먹을 수 없는 점심메뉴가 하나 있다. 점심때만 한해서 고작해야 40인분 안팎의 양만 팔기 때문에 서두르지 않으면 허탕을 칠 수밖에 없다. 대개의 사람들은 낮 12시부터 점심식사를 하는데 이 집에서 파는 음식을 먹기 위해서는 11시30분쯤 여유 있게 식당에 도착해야 한다. 그 음식은 바로 신식당의 점심메뉴 갈비탕이다.


담양읍내에서 100년 넘게 맛을 이어온 ‘신식당’에는 ‘떡갈비의 본가’라는 수식이 붙어 있다. 신식당의 벽면에는 떡갈비의 유래와 4대째 대를 이으며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며느리들의 이름을 밝혀놓고 있다. 벽면의 기록을 보면서 신식당은 앞으로도 100년, 200년, 그리고 그 후로도 오래오래 가업(家業)으로 지켜나갈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왜 그랬을까?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기가 하는 일을 자식들이 대를 이어 하는 것을 별로 탐탁찮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일본은 다르다. 가업으로 240년 동안 우동을 만들어 파는 식당이 있다. 6대째 이쑤시개를 만들고 있는 ‘이쑤시개 장인(匠人)’도 있다.

명문대를 나온 아들이 전공을 살리지 않고 아버지의 우동가게로 돌아와 대를 이어 장사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들은 이렇게 수백년 동안 대를 걸치며 영업방식을 개선하고 기술을 발전시켰다. 장인의 솜씨는 단기간에 흉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수십 수백년의 실패와 땀이 담긴 결정체인 것이다. 앞으로 세월이 또 흐르고 흘러 아주 많이 흐르고 나면 신식당이 이렇게 되지 않을까?


신식당의 창업자는 고 남광주씨다. 남씨는 열여섯에 담양으로 시집을 왔다. 그런데 나이 어린 이 새댁의 음식솜씨가 예사롭지 않았다.

시집 온지 3년 후에 그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나가 열아홉 살 때부터는 마을의 큰잔치 음식장만을 주도했다. 뿐만 아니라 고을 수령의 특별한 음식상 같이 정성을 들여야 할 때는 남씨에게 의뢰를 했다. 이렇게 되자 주위사람들이 식당을 해보라고 권했다. 그렇게 해서 현재의 자리에 조그마한 식당을 열었던 것이다.


“남광주할머니는 저에게는 증조시모님이십니다. 이 할머니께서 떡갈비를 처음 만들기 시작한 때를 1909년이라고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본격적으로 식당을 했다기보다는 주위의 부탁으로 음식을 만들어 주고 답례를 받은 정도였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 후 남광주할머니의 며느리이고 저에게 조시모님이신 신금례할머니께서 본격적으로 식당을 하셨는데 할머니의 성씨를 따라 ‘신식당’이라 했다고 합니다. 두 분은 고인이 되셨고, 지금은 3대 며느리이신 제 시어머님께서 식당을 운영하고 계십니다.”


백년을 이어온 맛집 신식당의 4대 며느리 한미희(46)씨가 식당의 내력을 들려준다. 3대 며느리 이화자씨는 올해 일흔네 살이다.


“저는 중매로 결혼을 했는데 시댁이 식당을 한다고 하기에 시골의 조그마한 식당으로 알았고, 전국적으로 소문이 난 유명한 맛집인 지도 몰랐습니다. 제가 큰며느리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시어머니 밑에서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결혼한지 16년이 되었지만 우리 시어머니 따라가려면 아직 멀었습니다. 결혼 초에는 지금보다 훨씬 부족한 점이 많아 시어머니 맘에 안 드셨을 겁니다. 그래도 우리 시어머니는 실수한 저에게 이렇다 저렇다 나무라신 적인 한 번도 없으셨습니다. 그렇게 하시니까 더욱 조심스러워지고 어렵게 생각됩니다.”


한씨의 하루는 새벽 여섯 시 잠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시작된다. 눈을 비비고 곧장 주방으로 들어와 가스렌지에 불을 지피고 그날 손님에게 내놓을 반찬류를 준비한다. 나물 같은 것은 삶아놓기만 한다. 양념을 하고 간을 맞추는 것은 시어머니 이화자씨가 한다. 이렇게 시작된 하루는 그야말로 눈코 뜰 사이 없이 지나가다가 밤 아홉 시쯤에 마무리가 된다.


“어떤 날은 자리에서 일어나기 싫을 때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 집 음식을 잡수기 위해 멀리서도 찾아오시는 손님들을 생각하면서 벌떡 일어납니다. 시집와서 얼마 안 되었을 때는 장사를 한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제는 손님들에게 우리 집 음식을 대접한다는 자부심이 더 커졌습니다. 우리 신식당에는 매니아들이 많습니다. 16년 동안 지내오면서 불경기 때문에 식당이 안된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한씨는 2남 1녀의 어머니다. 그렇다면 두 아들 가운데 누군가의 배우자는 한씨의 뒤를 이어 5대 며느리로 가업을 이어가야 할 것이다.


“우리 집은 그런대로 성업을 하고 있고 현재처럼 양심적으로 운영을 한다면 날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저는 시어머니 밑에서 16년 동안 여러가지 일을 배웠습니다. 이제는 신식당의 4대 며느리로서 자부심을 갖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두 아들 중 누군가는 가업을 이었으면 하는 욕심은 있습니다. 하지만 본인의 의사에 따라야지요, 자식이라고 해서 내 마음대로 진로를 결정할 수는 없으니까요. 본인의 선택에 맡길 생각입니다. 현재는 5대 며느리를 생각할 때가 아니고 4대 며느리인 저의 실력부터 쌓아야지요. 떡갈비의 본가 신식당의 대를 잇는 며느리로서 부끄럽지 않게 말입니다.”


한씨가 시어머니 이화자씨에게서 본격적으로 전수 받아야 할 것은 된장, 간장, 고추장 담그는 일이다. 신식당이 자부하는 또 하나는 바로 이 장류를 직접 담가 쓴다는 것이다. 식당 건물 벽면에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메주콩 - 단풍이 곱게 물드는 가을은 본격적인 콩 수확기입니다. 콩은 한식을 대표하는 음식 재료인 메주를 만드는 중요한 곡식으로 이 메주는 된장과 조선장을 만드는 주 재료가 됩니다. 신식당은 모든 양념을 직접 담가 사용합니다.>


<조선간장 - 장 담그기는 특별한 날을 택일하여 담글 정도로 각별한 정성이 들어갑니다. 신식당은 4대를 이어가는 동안 늘 변함없이 장을 담그고 있습니다. 장은 잘 띄운 메주를 천일염으로 만든 간수에 담가 숙성시키는데 오래 묵을수록 더 깊은 맛이 납니다.>


<고추장 - 본격적으로 추워지는 한겨울이 되면 신식당의 큰 일중 하나는 고추장 담그기입니다. 고추장은 태양초 고춧가루와 엿, 그리고 메주가루를 잘 버무려 천일염으로 간하여 1년을 숙성시키면 최상의 고추장이 됩니다.>


짤막한 홍보 문구 속에 4대를 이어가는 신식당의 진심과 자부심이 담겨 있다.

*이 글은 2017년 7월 7일 현재 이야기입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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