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지도>103. 황금빛 염색 머리카락 신성원씨
<인물지도>103. 황금빛 염색 머리카락 신성원씨
  • 설재록 작가
  • 승인 2017.07.31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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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봉사는 우리 사회 희망에너지 입니다”

 

담양읍 농협주유소 사거리에서 수북 쪽으로 가다보면 ‘담채’라는 간판이 붙은 식당이 있다. 이 식당 안으로 들어서면 맞은편 벽에 현수막이 붙어 있는데 이 식당을 소개한 TV 프로그램이 적혀 있다. KBS를 비롯한 국내 여러 방송국뿐만 아니라 일본 NHK, 대만, 중국 등 방송국도 적혀 있다. 이렇듯 여러 방송국에서 이 식당을 소개했는데, 그럴 만한 까닭이 있을 것이다.


잠시 후 이 식당의 주인 신성원(56)가 모습을 드러냈는데 첫인상이 예사롭지 않다. 황금빛 염색 머리카락 하나만 보아도 그가 보통사람과는 다른 면이 있을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황금빛으로 염색하기 전에 빨강, 노랑, 파랑, 보라, 핑크, 연두, 갈색, 백색 등으로 염색을 했었다고 한다. 미용사였던 부인 이명숙씨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부인 이씨는 한때 담양읍에서 미용실을 운영한 적이 있다.


“여러가지 색깔로 바꿔가며 염색을 했는데 주위에서 황금색이 제일 잘 어울린다고 해서 그 뒤부터는 계속 황금색입니다.”
“그런데 머리 염색을 튀는 색깔로 하는 이유라도 있는지요? 마치 연예인 같은데?”


“굳이 구분하자면 연예인 속에 들어갈 수 있지요. 그리고 톡톡 튀게 염색을 하는 것은 장애를 가진 아이들 때문입니다. 그들이 보고 즐거워하라고 그럽니다.” 
장애를 가진 아이들 때문에 특이한 염색을 하게 되었다는 사연은 어떤 것일까?


신씨는 대학에서 여성학을 전공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에 유학도 다녀왔고 대학에서 강의도 했다.
“그런데 이 일이 신통치 않았습니다. 제가 대학 강단에 설 때만 해도 여성학은 아주 생소했고, 관심을 갖는 사람도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수강생도 많지 않았고요. 때문에 대학에 강의를 하면서 살아간다는 것이 별 비전이 없다고 생각하던 차에 버려진 아이들과 접하게 되었습니다.

이 일은 아주 자연스럽게 관련을 갖게 되었습니다. 제 고모님이 경기도 사찰의 주지로 계셨고, 제 부모님은 사찰의 관리인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렸을 때 절밥을 먹고 살았지요. 이때 이 절에서 자폐아, 뇌성마비 상태의 아이 등 네 명을 보호하고 있었습니다.

버려진 아이들이죠. 그런데 이게 소문이 나서 자고나면 절 앞에 그런 아이들이 버려져 있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모인 아이들이 20여명이 되었죠. 고모님과 부모님은 그 아이들을 지극정성으로 보살폈고, 저는 어깨 너머로 그걸 보면서 은연 중 그런 일에 봉사하겠다는 마음을 갖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일을 하던 중 담양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처가가 수북면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담채라는 간판으로 식당을 열었다. 식당 일을 하면서도 평택, 안성 등지에 있는 버려진 아이들 보호시설을 찾아다니며 자원봉사활동을 했다.


“집 사람의 협조 없이는 어려운 일이죠. 아이들을 만나 야외활동, 레크리에이션, 이벤트를 가졌습니다. 이벤트를 하려면 필수적으로 음악이 필요한데 이것이 큰 문제였습니다. 기능을 가진 사람들이 한 번은 오는데 두 번은 안 옵니다. 그리고 다시 부르면 당연히 비용을 지불해야 합니다. 그래서 제가 직접 해야겠다고 맘먹었습니다. 순전히 독학으로 익혔습니다. 그로 인해서 지금은 아주 많은 종류의 악기를 다루게 되었습니다.”


현재 신씨가 다루는 악기는 26종이나 된다. 우리 고유의 악기 4물을 다루는 것은 물론, 서양악기인 기타, 하프, 하모니카, 색소폰의 연주도 수준급이 되었다. 잼베, 콩가 등 아프리카 원주민들의 고유악기인 타악기도 잘 다룬다.

여러 악기 연주 가운데 신씨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연주한 것을 이른바 ‘콧바람하모니카’다. 하모니카를 입으로 부는 것이 아니라 코로 부는 것이다. 콧바람하모니카로 유명세를 탈 즈음에는 한때 트로트계의 신사로 이름을 날렸던 ‘신바람 이박사’와 함께 전국을 누비며 흥을 돋우기도 했다.


2003년 즈음, 신성원·이명숙 부부는 식당 ‘담채’를 운영하면서 음악을 통한 자원봉사활동을 활발하게 펼친다. 이 무렵 담양에는 ‘사랑을 실천하는 대숲마을 사람들’이라는 단체가 탄생한다. 이들 부부와 뜻을 함께 한 사람들이 모여 만든 이 단체는 죽녹원에서 정기적으로 야외공연을 하고 여기에서 모아진 성금을 어려운 이웃을 도와주는 데 썼다.


“‘사랑을 실천하는 대숲마을 사람들’은 지역에서 주로 작은 음악회를 열고, 이를 통해 어려운 이웃돕기를 실천하는 음악동아리입니다. 우리 단체에서는 모아진 성금을 관내 소년소녀가장 돕기에 써달라고 담양군에 기탁하기도 했습니다. 자원봉사는 희망에너지라는 말을 참 좋아합니다.”


이 당시 함께 활동했던 어떤 사람은 신성원·이명숙 부부가 아니었으면 대숲마을의 운영이 어려웠을 것이라고 술회한다. 당시에 이 단체는 행사에 드는 부대비용은 회원들의 회비로 충당했고, 얻어지는 성금 전액을 기탁했다고 한다. 그리고 회원들의 식사는 담채가 모두 책임을 졌다고 한다.


필자는 신성원씨에 대한 내력을 최근에야 알았다. 그에 대한 인터뷰를 하기 위해 자료를 챙기면서 그동안 그들 부부들이 실천한 봉사활동에 대한 내용도 많이 알게 되었다. 이들 부부는 담양읍내 15개 마을에 거주하는 80세 이상의 노인들을 ‘담채’에 초대해 음식을 대접하며 음악회를 가진 적도 있다.


“저는 요즘 담양지역의 문화에도 많은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담양의 문화가 담양만의 맛을 내는 문화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욕먹을지 모르지만 외지에서 대나무축제를 보러 온 사람들이 두 번 오고나면 다시 오고 싶지 않다고 말합니다. 해마다 그게 그거라는 겁니다.

 대중가요 가수를 불러다 쇼를 하는 것도 물론 필요합니다만 그런 것은 돈만 있으면 전국 어디서나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담양에 와야만 볼 수 있는 것을 만들어야 두 번 세 번. 재방문이 많아지는 것 아니겠습니까? 해마다 비슷한 프로그램으로 반복되는 대나무축제는 경쟁력을 잃게 된다는 것을 고민해야 합니다.”


필자도 언제부터인가 생각해 오던 것이었다. 우리는 신씨의 주장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과연 ‘담양다움’이란 어떤 것일까? ‘담양다움’은 어떤 것이라고 간명하게 정리해 명쾌하게 대답해야 하는 것일까? 신씨가 필자에게 숙제를 하나 주었다.


식사 시간을 비껴난 담채의 실내는 조용하다. 실내 홀 한 가운데 연주대가 마련돼 있고, 그 위에는 작은 북과 장구, 색소폰이 마련돼 있다. 그리고 연주대 한쪽에는 소년소녀가장돕기 성금함이 놓여 있다. 담채는 개업 때부터 지금까지 매출액의 10%를 적립해 독거노인을 돕고 있다.


“사랑과 정성을 담아서 채워드립니다. 허전한 몸과 마을을 채워드립니다. 그래서 담채입니다.”
신씨가 상호의 의미를 설명해 준다. 그들의 삶과 참 잘 어울리는 상호라고 생각된다.


요즘 담채의 소문은 수도권까지 퍼져 그곳에서 일부러 관광버스를 타고 칠순, 팔순 잔치하러 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이 글은 2017년 7월 26일 현재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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