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방스를 가다-파독 광부·간호사 주거지가 관광명소 되다
프로방스를 가다-파독 광부·간호사 주거지가 관광명소 되다
  • 김정주 기자
  • 승인 2017.08.18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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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흥 헌신 파독 광부·간호사 22가구 32명 거주
맥주축제·전시관·원예예술촌 입소문 관광객 급증
상수도·교통확충, 교포들 상대적 박탈감 해소 과제

경남 남해군 삼동면 물건리에 소재한 독일마을에는 파독 광부·간호사 22가구가 거주하고 있다.

 

 

독일마을 맥주축제.

 


한국과 독일을 잇는 문화의 가교, 남해 독일마을.


독일마을은 1960년대부터 80년까지 독일(당시 서독)에 간호사와 광부로 파견되었던 독일거주 교포들이 대한민국에 재정착할 수 있도록 남해군에서 개발한 곳이다. 독일의 문화와 대한민국 전통문화 예술촌을 연계한 특색 있는 관광지다.


2000~2006년 경남 남해군 삼동면 물건리 일원 9만80㎡의 부지에 도로, 택지조성, 상·하수도, 오수처리장, 전기·통신 등 기반시설 마련에 공공부문 76억원이 투입됐다. 독일 교포들은 94억원을 들여 독일에서 재료를 수입해 독일주택을 신축했다.


남해군은 1997년 11월 독일 북부도시인 노드프리슬란트와 자매결연을 맺고 국제교류를 추진하던 도중에 60~70년대 독일에 파견됐던 광부와 간호사 교포들이 언어와 문화에서 오는 이질감과 향수를 못 잊고 퇴직하면 귀국해 여생을 보낼 수 있는 정착마을을 희망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게 됐다.


이같은 정보에 따라 독일교포들을 남해로 유치해 아름다운 독일식 건축양식과 특색 있는 관광지로 조성, 더 많은 관광객 유치는 물론 주민소득 증대와 인구유입의 효과 등을 기대하고 2000년부터 독일교포 정착마을을 추진하게 됐다.


현재까지 40개동의 건물이 준공됐으며 파독광부·간호사 22세대 32명(광부 6명, 간호사 21명)과 파독간호사의 배우자 5명을 포함 모두 37세대 71명이 거주하며 생활하고 있다.


독일마을은 파독광부와 간호사가 귀국해 정착한 곳을 중심으로 위쪽 산등성 왼쪽으로 남해군이 조성한 독일문화체험센터, 이와 맞은편에 공공부문과 민자가 어우러진 원예예술촌이 자리 잡고 있다. 아래쪽으로는 자금력을 지난 외지인들이 조성한 민박과 카페, 술집, 식당 등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독일문화체험센터는 7천6.3㎡ 부지에 연건평 913.4㎡의 규모로 남해파독전시관, 광장, 숙박동, 식당동, 기념품판매동, 소매점 등이 조성돼 있다.


이같은 자원들을 바탕으로 맥주축제, 파독전시관, 원예예술마을 등에는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며 남해군만이 아니라 경남에서도 알아주는 관광지로 발돋움하고 있다.


특히 오는 10월7~9일 열리는 맥주축제 옥토버 페스트는 주무대와 관람석, 맥주·소시지 에어리어, 소통의 광장으로 구성된 메인광장을 중심으로 맥주 등 먹거리부스와 공공단체 영업부스가 밀집된 마켓광장, 브랜드 맥주와 청춘 펍이 있는 비어스트리트로 구성된다.


주요 프로그램으로는 환영 퍼레이드, 오크통 개봉, 건배제의, 바이에른 민속공연단 등 15종의 공연, 인디밴드 버스킹 공연, 타악퍼레이드, 라이브 공연, 그래비티 퍼포먼스, 바디페인팅, 마스코트 포토 서비스 등이 운영된다.


지난해 3일간 운영돼 2만7천800여대의 차량과 8만8천여명의 관광객이 찾아 40억여원의 매출을 올렸다.
또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이 기증한 광산유물 30종 61점과 의료기구 22종 35점, 생활유물 45종 91점, 기록자료 65종 95점을 토대로 2014년 6월 개관한 파독전시관은 2015년 20만여명(2억200만여원), 2016년 188천여명의 관람객(1억8천800만여원)이 다녀갔다.


더욱이 21개국의 주택정원과 원예거리, 문화관, 유리온실 등을 갖춘 원예예술촌에도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등 독일마을은 번창을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외형적인 발전에도 불구하고 독일마을이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남해군이 내년부터 광역상수도를 인입할 계획이지만 아직까지 상수도가 연결되지 않아 만성적인 물부족 문제를 겪고 있다.
또한 관광지로 발전하면서 밀려드는 외지차량들을 수용할 수 있는 진입도로 확장과 주차장 확보 등 교통여건 마련은 물론 귀국해 정착한 교포들의 상대적인 박탈감을 해소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낯설고 외로운 이역만리 독일 삶을 접고 귀국한 교포들에 의해 조성된 삶의 터전이 독일마을이라는 관광자원으로 변모시켜 성공을 거두고 있는 드문 경우라 할 수 있다. 타 지자체에서 주변경관 및 유명한 인물 등을 배경삼아 인위적으로 개발한 관광지와 달리, 파독 교포들의 주거지 독일마을은 아름다운 주변경관과 이국적인 풍경이 자연스레 어우러져 관광지가 된 것이다.


독일마을이 정착한 파독교포들은 물론 그들의 후손들까지 이어지며 정체성을 유지하고 발전을 거듭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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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독동포 고국 정착 독일마을 태동 산파역

   정동양 독일마을 대표

“독일마을은 다랑이 논 오지에 피땀과 눈물로 만든 마을입니다. 우리나라의 가난을 극복하고 경제부흥을 일으킬 수 있게 헌신한 파독 광부들과 간호사들에 대한 고마움을 절대 잊지 말고 기리자는 뜻에서 독일마을을 시작했습니다.”


독일마을 운영대표로 있는 정동양 한국교원대 명예교수는 독일마을의 창시자이자 산증인이다.
독일마을 중앙 언덕에 들어선 웅장한 펜션 ‘베를린성’의 주인이기도 한 그는 24세때 베를린 건설전문고등학교에 입학, 건설전문대, 건설전문 공대에서 토목학을 전공했다.


당시 서베를린에는 무료로 대학을 다닐 수 있고 일자리가 많았지만, 독일 현지인들이 살려고 하지 않아 외국인들이 대신 들어가 도시를 개척했다.


이 과정에서 말이 원활하게 통하지 않다보니 우리나라에서 파견된 광부들과 간호사들은 현지인들이 하려들지 않은 궂은일을 도맡다시피 했다.


파독 간호사와 결혼한 정동양 독일마을 대표는 자연스럽게 이들의 애로를 속속들이 파악하게 됐고 그들의 가장 큰 꿈이 고국으로 돌아와 사는 것임을 알게 됐다.


정동양 대표는 당시를 회상하며 “독일에 파견된 광부와 간호사들이 독일정부에 세금을 내고 있고, 이 세금으로 공부할 수 있었다”며 “숱한 어려움 이겨내며 벌어들인 돈을 고국에 송금해 경제발전의 기초를 닦은 그 분들의 고마움을 잊지 않고 보답하고자 독일마을을 생각하게 됐다”고 들려줬다.
정 대표의 구상은 김두관 당시 남해군수를 만나면서 실행에 옮겨졌다.


당시 김두관 군수는 하수처리장 신축을 계획하고 있었는데 정 대표의 자연처리 공법을 채택했고, 이것이 인연이 돼 독일마을이 성사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15년째 상수도가 연결되지 않는 등 선진국 독일에 비해 많은 것이 부족한 고국생활로 일부 교포들이 애써 지은 집을 팔고 마을을 떠나는 모습을 보며 내적인 갈등을 겪기도 했다.


염소를 넣지 않는 식수를 마시고 맑은 물과 좋은 환경을 복원해 생활하는 자연마을을 만들고자 했던 원대한 목표는 고리타분한 법규에 발목이 잡혀 십 수년째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단적인 예로 독일마을을 찾아온 돈 많은 외지인들이 ‘독일마을 별 거 아니네’라며 무시하는 것이 싫어서 베를린성을 지었는데 독일마을 전체가 단독주택 용지로 묶여 있어서 민박 외에 다른 행위는 할 수가 없다.


정 대표를 비롯한 주민들이 규제를 풀어달라고 수차례 요청하고 다양한 경로를 통해 청원도 해보았지만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정 대표는 “개인의 자유를 허락하는 만큼 발전하고, 반대로 막는 만큼 퇴보한다”며 “개인은 어떻게 하면 손님을 많이 받아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일 것인가를 고민하고 행정은 뭘 해주면 도움이 될 것인가를 묻는 풍토가 아쉽다”고 말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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