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인물지도>104. ‘대숲맑은 우리콩된장’ 오봉록 대표
<담양인물지도>104. ‘대숲맑은 우리콩된장’ 오봉록 대표
  • 설재록 자각
  • 승인 2017.08.21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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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상대는 재벌식품회사가 아닌, 0.01%의 진실한 고객입니다.”

 

대덕면 운산리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을 것 같다. 마을 초입을 들어서면서 필자는 그런 생각을 했다. 아담한 연꽃 방죽, 마을회관 벽에 붙어 있는 포스터의 그림과 슬로건도 인상적이다. 포스터에는 거북이와 토끼가 다정하고 노는 모습의 그림이 그려져 있고, ‘함께 가자’라는 슬로건이 적혀 있다. 마을을 안내하는 이정표는 설치미술품 같다. 그 설치물에는 ‘운수대통마을’, ‘이도향촌’이라고 쓰여 있다. 운수대통이라는 말은 굳이 설명이 필요치 않은데 이도향촌은 무슨 뜻일까? ‘우리콩영농업법인’을 설립하고 ‘대숲 맑은 우리콩된장’을 만드는 일에 앞장서고 있는 오봉록(56) 대표는 이도향촌은 도시를 떠나 시골로 향한다는 뜻이라고 말한다. 한자로 써보면 ‘이도향촌(離都向村)’일 것이다.


오봉록씨는 이곳저곳 옮겨 다니며 살았던 도시에서의 삶을 정리하고 지난 2001년, 마흔한 살에 그의 고향마을 대덕면 운산리로 이도향촌을 했다. 오씨는 이삼십대 때 서울, 구미 등에서 살았다. 직장에 몸담기보다는 사회단체에 참여해 활동하는데 더 열심이었다. 사회변혁을 위한 사회적 복무, 위장취업, 재야 사회단체 활동가 등이 오씨의 이력이다. 이른바 운동권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생활하면서 1997년, 고향에서 좀 더 가까운 광주로 내려왔다. 광주로 내려 와서는 천주교 ‘광주전남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사무국장을 맡았다.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에서 우리 콩 전시를 가진 적이 있습니다. 이때 유난히 반짝이는 콩이 눈에 띄었습니다. 알고 보니 우리 마을에서 출품한 콩이었습니다. 이유를 알아봤더니 우리 마을의 지형적 특성 때문이었습니다. 우리 전라도에서 일교차가 가장 많고 겨울에 가장 추운 곳은 전북의 운봉이 1위이고 우리 운산마을이 2위입니다.”


이런 지형적 특성 때문에 운산마을의 농작물은 다른 곳에 비해 품질이 뛰어나다는 것이 오씨의 주장이다. 운산리는 해발 210m인데 해발 600m의 지역의 일교차와 맞먹는다고 부연 설명을 한다.
“우리 마을은 만덕산, 백아산 등에 둘러싸인 분지라서 일교차가 심하고 일교차가 심하기 때문에 작물의 광합성작용이 활발하고 여기에서 나는 콩은 단단하고 빛깔이 좋은 것입니다. 저는 이 콩을 가지고 마을의 특산품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오씨와 뜻을 같이한 사람은 오씨를 포함해 다섯 명이었다. 다섯명이 항아리 열한 개를 준비해 출발을 했다. 가마솥에 콩을 삶아 절구에 찧어 메주를 만들고 그 메주를 볏짚으로 엮어 매달아 말렸다.
“대덕면에서도 용대, 갈전, 운산을 산 안 지역이라고 합니다. 첩첩산골이라는 뜻이지요. 처음 시작할 때는 항아리 열한 개로 미미했지만 우리들의 꿈은 거창했습니다. 산 안 지역을 벼농사 없는 마을로 바꾸겠다는 거창한 꿈이었습니다. 콩만 심게 해서 우리가 모두 매입할 구상이었습니다.”


그런데 생각처럼 되지 않았다. 경작자들이 대부분 고령자여서 콩농사를 꺼렸다. 벼농사는 95% 이상이 기계영농을 할 수 있지만 콩농사는 기계영농을 할 수 없었다.


“경작자들이 꺼린 까닭도 있지만 우리에게도 문제가 있었습니다. 우리는 모든 생산량을 매입할 능력이 없었습니다. 된장은 당장 돈이 되는 제품이 아니었습니다. 메주를 만들어 숙성이 된 된장을 판매하기까지는 최소한 3년이 걸립니다. 자본금이 넉넉지 못한 우리들로서 투자만 하지 당장 환금이 안 되는 3년은 매우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시작하기 전에 미리 예측도 하고 꼼꼼히 따졌더라면 된장을 만들기 전에 청국장이나 고추장부터 만들었을 겁니다.

된장은 3년을 기다려야 나오지만 그 기다림은 고민의 시간이기도 합니다. 숙성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수도 있으니까요. 한마디로 된장은 3년이라는 고민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씨의 말을 빌리자면 청국장은 사흘이면 판매를 할 수 있고, 고추장은 석 달이면 판매할 수 있다고 한다.


운산리의 된장 만드는 사람들은 초창기에 우여곡절도 많이 겪었다. 메주를 너무 많이 메달아 집이 무너지기도 했다. 그렇듯 어려운 시간을 거치면서 2005년에는 운산리 주민 아홉 명이 모여 ‘우리콩영농조합법인’을 만들고 ‘대숲맑은 우리콩된장’이라는 상표도 등록했다. 오씨 역시도 전남지역의 유기농 농산물 생산자들과 돈독한 교유를 하면서 이들의 권익을 위한 모임도 결성했다. 그 모임의 이름은 ‘한살림생산자연합회’다. 오씨는 이 모임의 회장을 맡고 있다.


“현재 전남한살림연합회에는 130가구가 가입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우리 담양은 우리콩된장, 죽신차, 단감, 쌀, 포도 등 35가구로 전남 평균치로 볼 때 적은 가구 수는 아닙니다. 35가구라는 숫자가 매우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 담양이 장차 안전한 먹거리의 고장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숫자인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 생산자들이 초심을 잃지 않고, 그야말로 내 가족이 먹는 먹거리를 만든다는 정신으로 생산에 임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콩된장은 그 정신을 지켜나가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운산리에서 만들고 있는 우리콩된장은 지난 가을에 원료인 콩을 매입하는데 적잖은 비용을 지출했다. 지난해 가뭄 등으로 유기농 콩농사가 풍작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러시아 아무르강 지역에서 생산되는 유기농 콩을 수입하려다 그만 두었다.


“러시아에서 아무르강이라고 부르는 이 강은 중국에서는 흑룡강이라고 부르는데 이 지역에서는 진짜 유기농을 합니다. 그런데 콩을 보니까 무르고 때깔도 좋지 않았습니다. 또 신토불이라고 해서 우리 땅에서 나는 것을 먹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수입을 포기했습니다. 가격은 아무르 산이 킬로 당 900원 대이고 우리 것은 9천원 대로 열 배 차이가 납니다. 그래도 우리 것을 썼습니다. 대숲맑은 우리콩된장이기 때문입니다. 콩을 고르실 때는 단단하면서 때깔이 좋은가를 봐야 합니다.”


이렇듯 바른 마음으로 만들어지는 된장은 소비자들이 먼저 알게 되는 법이다. 올 들어 대숲맑은 우리콩된장은 한살림과 꽤나 큰 계약을 맺었다. 연간 2억4천만원의 된장을 납품하기로 한 것이다. 인터넷이나 전화주문도 많아졌다. 대한민국 굴지의 대형마트에서도 계약을 맺자고 하지만 아직은 응할 단계가 아니라고 한다.


“물량이 부족해서 그렇게 할 수가 없습니다. 또 우리 조합원들이 우리콩된장영농법인을 출벌시킬 때 연 매출액 10억원은 넘기지 말자고 다짐을 했습니다. 매출을 늘리자면 일이 많아지고 귀촌할 때 태평하게 슬로라이프를 목표로 했는데 그럴 수가 없지 않습니까? 일벌레가 된다면 귀촌의 목표는 물 건너가고 맙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우리의 상대는 재벌식품회사가 아니라 우리콩된장을 믿고 찾아주는 0.01%의 진실한 소비자들입니다. 그들에게 최고의 된장을 드리는 것이 우리의 최고 목표입니다.”


오씨가 귀촌할 당시 운산리는 36가구로 60여명의 인구였고, 마을사람 평균 연령이 72세였다. 그런데 현재 운산리는 50가구로 인구는 100여명, 그리고 평균 연령은 49.1세가 되었다.

*이 글은 2017년 8월 7일 현재 이야기입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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