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인물지도> 106. (주)MG내츄럴 대표 김민기씨
<담양인물지도> 106. (주)MG내츄럴 대표 김민기씨
  • 설재록 작가
  • 승인 2017.09.08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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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담양에서 죽을 때까지 살 겁니다.”

 

무정면 농공단지 안에 있는 (주)MG내츄럴 대표 김민기(40)씨의 고향은 함경북도 회령시다. 김씨는 이곳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그리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곧바로 중국 천진으로 이주했다. 1997년, 열아홉 살이 되던 겨울이었다.


“쉽게 말해서 탈북을 한 겁니다. 어머니와 누님, 그리고 저까지 온 가족 세 명이 국경을 넘었습니다. 아버지는 술이 과했는데 일찍 돌아가셨습니다. 그래서 가정형편이 어려웠습니다. 우리 가족은 돈을 벌기 위해 천진으로 왔습니다. 천진까지는 1차 탈북이고 2차 탈북은 한국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한국과 천진을 오가는 여객선이 있다. 이 여객선의 대부분 승객들은 ‘따이궁(代工)’들이다.  배를 타고 오가며 보따리장사를 하는 사람들을 따이궁이라고 한다. 김씨는 한국에서 오는 따이궁에게 화장품과 옷가지를 사서 천진 시내의 소매상들에 팔았다.


“우리는 점포가 없이 장사를 하는 나까마(중개인, 중간상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천진사람들은 한국의 화장품이나 옷가지를 아주 좋아합니다. 장사를 열심히 했는데 현지 중국사람들의 열 배를 벌었습니다. 이런 장사를 4년 동안 했는데 돈도 꽤 모았습니다.”


돈이 어느 정도 모아지자 김씨는 탈북 조력자에게 거금을 주고 캄보디아로 갔다. 천진에서 캄보디아까지 가는 데는 일주일이 걸렸다. 그리고 캄보디아에서 석 달을 체류한 다음 2001년 1월 마침내 한국 땅을 밟았다.


“정말 가슴 졸이며 그리던 한국이었습니다. 한국에 도착하니까 비로소 안도의 숨을 쉴 수 있었습니다. 해방감을 맛보았고, 뭔가 마음먹은 대로 이루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가슴이 부풀었습니다.”
 

한국에 도착한 김씨는 조사를 받고, 한국사회에 대한 적응훈련도 마쳤다. 그리고 대한민국 정부에서 마련해준 서울 양천구의 작은 아파트에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그러나 한국에서의 생활은 녹녹치 않았다. 예상했던 만큼 돈이 쉽게 벌어지는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내가 중국에서 한국으로 탈북할 때 거금을 들였던 것이 생각나 그 일에 손을 댔습니다. 그런데 중국 공안에 체포되어 연길구치소, 장춘감옥, 심양감옥을 전전하며 3년간 감옥살이를 했습니다. 죄목은 중국 형법 318조 조직타운비법월경죄였습니다. 3년의 형기를 마치자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나는 한국 국적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에 북한으로 가지 않고 한국으로 올 수 있었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온 김씨는 개구리양식 사업을 구상했다. 산에 사는 개구리를 포획에 양식을 하는 것인데 북한에 있을 때 그걸 본 적이 있었다.


“개구리 사육을 하려면 비닐하우스를 지어야 하기 때문에 그 땅을 임대하기 위해 경기도 일대를 돌아다녔습니다. 그런데 쉽지가 않았습니다. 먼저 임대료가 엄청나게 비싸기도 했지만, 토지 소유주들이 나중에 지상권 문제로 분쟁이 있을 것을 우려해 땅을 빌려주는 것을 꺼렸습니다.”


이때 담양에 사는 선배와 연락이 닿았다.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되어 호형호재하면서 지내는 사이였다. 담양에 사는 그 선배가 땅을 저렴하게 임대해 주겠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 2009년에 서울살이를 청산하고 담양으로 내려왔습니다. 북한의 회령을 탈출한 뒤 십이년 만에 담양에 정착하게 된 것입니다.”


담양으로 내려와 땅을 임대하고 비닐하우스를 지어 개구리 양식을 시작했다. 개구리 양식과 함께 밀웜 사육을 병행했다. 밀웜이 개구리의 사료이기 때문이었다.


밀웜은 원래부터 한국에 살던 종은 아니지만 현재 일부가 토착화되어 갈색거저리라는 이름으로 살고 있다. 거미애호가들에게 가장 일반적인 먹이며 식충식물 먹이로까지 애용된다.


밀웜은 갈색거저리 애벌레로 생애주기는 알(egg), 애벌레(larva), 번데기(pupa), 성체(adult) 단계로 대체로 3개월 정도면 한 주기가 끝난다. 밀웜은 먹이 없이 한 달간 생존할 수 있어 관리가 매우 편하다. 소비자들이 새종류나 햄스터 등의 먹이로 이용하고 있는 것은 애벌레 단계다.


그런데 야심차게 시작한 이 사업은 일년 만에 손을 들고 말았다.


“기술이 부족했고, 계획을 꼼꼼하게 세우지 않았으며, 시행착오도 겪지도 않고 단번에 무모한 투자를 했던 것이 실패의 원인이 되었던 겁니다. 시설물을 철거하고 땅은 원상복구를 해 주인에게 되돌려 주고 나니 그야말로 빈털터리가 되고 만 겁니다.”


김민기씨의 또 다른 이름은 ‘탈북자’다. 열아홉 살에 함경북도 회령을 떠나 중국 천진에서 4년 동안 동가숙서가식 하면서 정처없는 삶을 살았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캄보디아를 경유해 한국에 안착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서울에 살면서 또다시 중국 감옥에 갇히기도 신세가 되기도 했다.

 그런 다음 담양으로 내려와 개구리 양식사업을 하다가 망해 그동안 한푼두푼 모았던 전 재산을 날렸다. 이렇게 눈보라 치는 폭풍 속을 달려온 세월이 12년이었다. 빈털터리가 되었을 때 그의 나이 서른한 살이었다.


“서른한 살이면 늦지 않은 나이입니다. 잿더미에서 일어선다고 해도 백 번 성공할 수 있는 나이 아닙니까? 그리고 그동안 고생을 많이 해서 그런지 사업실패가 크게 실망되지도 않았습니다. 개구리 사업을 정리하고 이듬해 탈북자지원재단으로부터 영농자금을 지원받아 밀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밀웜은 사업이라기보다 개구리의 먹이로 길렀던 것인데 저의 주사업이 된 것입니다.”


(주)MG내츄럴이라는 회사 이름도 내걸었다. 그러고 나서 8년이 되었다. 그 사이 김씨에게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대한민국신지식인이라는 이름도 얻었다. 밀웜 산란장치, 밀웜 분변기 등 밀웜사육과 관련한 특허를 다섯 개나 따냈다.


말린 밀웜은 주로 새들의 먹이로 팔리고 있다. 그러나 시장이 제한적이어서 김씨가 예상했던 만큼의 소득은 올리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최근에 사업을 다각화 했다.


“밀웜만 바라보고 있으면 2009년, 일년 만에 거덜이 난 개구리 꼴이 될 것아 최근에 열대어나 작은 동물 먹이를 수입해 국내에 유통시키는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이 특수사료들은 전량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우리는 중국산이라면 믿을 수가 없다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다.


“다른 농산물은 잘 모르겠는데 제가 수입하고 있는 중국산 특수사료는 친환경제품이라는 것을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사육할 때 독성이 강한 약품을 사용하면 다 죽고 말 것 아닙니까. 사람이 먹어도 좋은 제품들입니다.”


이 제품들은 옥션, G마켓, 쿠팡, 위메트 등을 인터넷쇼핑도 하고 있다.


김씨는 꿈을 꾸고 있다. 지금보다 더 부자가 되는 것이다. 부자가 되고, 통일이 되면 고향에 가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아니라고 한다.


“회령은 엄청나게 춥습니다. 그 추위는 떠올리기도 싫습니다. 담양은 겨울에도 따뜻하고 좋지 않습니까. 따뜻한 담양에서 죽을 때까지 살 겁니다.”

*이 글은 2017년 9월 7일 현재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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