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동안 고물·재활용품 등 모아 4억여원 기부


“골목길에 등불이 되고파!! 일찌기 파란 신호등처럼, 그러나 적신호가 행동을 막아 이제야 진행합니다....”
담양의 이름 없는 기부천사가 익명으로 장학금을 기부하며 남긴 메모의 한 구절이다.
이 기부천사는 9년 동안 4억여원이 넘는 금액을 기부해 왔다.
2009년 7월 커다란 과일상자에 5만원, 1만원권 돈 뭉치를 은행봉투 등에 빼곡히 담은 뒤 테이프를 단단히 봉합해 담양군청 행정과에 돈뭉치를 택배로 보내면서 그의 익명의 기부가 시작됐다. 당시 기부천사는 과연 누굴까 하는 궁금증만 담양군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다.
그 기부천사가 2015년 자녀의 연말정산 처리과정에서 드디어 수면위로 드러났다.
그 주인공은 담양 고서에 주소지를 둔 전직소방관 출신의 임홍균(77)씨로 밝혀졌다.
임씨는 1억원의 기부로 전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 아너소사이어티에 가입하면서 9년여 만에 숨겨온 얼굴을 세상에 드러냈다.
그 동안 임씨는 2010년 2월에 박카스 상자에 현금 200만원을 넣어 기부했고, 2011년 3월에는 5만원권 100장씩 20묶음 모두 1억원을 양주상자에 담아 기부했다.
또 폐지와 고물을 팔아 모은 돈 400만원을 자신 때문에 생긴 '등불장학회'의 후원금으로 쾌척했으며 350여 후원자들에게 모은 1천500여만원과 문중 지인을 권유해 받은 100만원의 장학금을 기탁했다.
또한 담양장학회가 추진하고 있는 1인1계좌 운동에 적극 참여하여 장학금을 쾌척하고 어려운 곳에는 성금을 전달했다.
이처럼 임씨가 9년 간 기부한 돈은 모두 4억900만원이며 독거노인과 소년소녀가장, 수재의연금 모금활동 등 드러난 봉사활동만도 100여 차례에 이른다.
임씨는 “장학금 기부 사실이 본의 아니게 알려지게 돼 가족과 군민들에게 미안하다”며 “나이가 많아 예전같이 활동하기 쉽진 않지만 몸이 허락하는 한 소외된 이웃들을 위해 작은 봉사를 계속 이어갈 계획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