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홍 전 도의원, 수필 신인상 당선 
박철홍 전 도의원, 수필 신인상 당선 
  • 추연안 기자
  • 승인 2023.09.27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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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홍 전 도의원이 우리나라 최고 수필동인지 '에세이스트' 2023년 신인상에 당선됐다.


박 전 의원이 이번 '에세이스트'에 출품한 수필은 '추억의 수바레(숲아래)'로 담양댐이 만들어지기 전, 물이 풍부하게 흐르던 백진강 줄기 수바레에서 초등시절 물고기 잡고 물놀이 하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듯이 묘사했다.


박 전 의원은 지난 2012년 '현대문예 제62회신인문학상' 수필부문에 ‘생태도시로 가야 하는 이유’로 당선돼 작가로 등단한 적이 있다.


박 전 의원은 전남 담양출신으로 민선 3기 담양군수 비서실장과 9.10대 전남도의원, 민선 8기 담양군수 인수위원장을 지낸 바 있다.

심사위원들은 박 전 의원 작품에 대해 “묘사만으로 깔끔하게 한 편의 수필을 완성했다. 마을 동무들이 여름에 수바레로 물놀이 가는 걸 출발부터 날이 저물어 집으로 돌아가는 것까지를 감정 기복은 생략한 채 동영상 찍듯 그렸다. 그러면 퍽이나 건조할 터인데 동심의 풋풋함으로 깔끔하게 그렸다”고 평했다.  


이어 “신인의 솜씨라고는 믿겨지지 않은 공감각의 빼어난 문장을 얻었다. 이런 문장이 우연히 그냥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문학적 DNA를 타고났기에 가능하다”고 선정배경을 설명했다.


박 전 의원은 “10년 전에 신인상 받고 또 신인상을 받아 민망하다면서, 주위에서 권유해서 출품하게 되었는데 당선의 영광까지 주어서 고마울 뿐이라며 이제는 진정 전문수필가라고 해도 될는지 모르겠다”며 웃음지었다. 또한 박 전 의원은 "글은 누구 못지 않게 많이 써 왔지만 글을 정식으로 배우고 공부한 적은 없이 그저 취미삼아 써 왔던 글 일 뿐인데 진짜 작가님들에게 누를 끼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수바레'는 현재 뚝방국수부터 황금소나무 식당 위 보가 있는 곳까지 둑을 말하는 지명(地名)이다. 본래는 관방제림 ‘숲 아래’라는 말인데 입소리로 '수바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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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에세이스트 수필 신인상 당선작 전문입니다.
ㅡ 추억의 수바레!(숲아래)ㅡ
호남정맥 용추봉타고 흘러내린 물줄기 용쏘에 발을 뻗고 한참을 쉬었다가, 가막골 자락 따라 흘러 흘러, 스님 머리 반들 이마 추월산 포근히 감싸 안고 돌고 돌아서, 관방제림길 백진강에 이르러 잠시 숨을 골랐다 가, 양각산 끼고 돌면서 수바레(숲아래)에 다다랐다. 

거기 아직도 어릴 적 깨벅쟁이 친구들의 물 웃음 소리 왁자하네. 

두 아이, 차부앞에서 실랑이 하고, 소전머리 석물공장 옆 일본 집 앞에 여러 아이들이 히히덕거리며 서성인다. 빡빡 깍은 머리에 퍼런 약이 묻은 당시 인기 있던 태권동자 마루치 아라치에 나온, 영락없이 닮아있는 파란해골 13호가 시커먼 곤로를 들고 일본식 집에서 뛰어 나온다. 유난히 머리가 크다.

희끗희끗 묻은 노오란 봉투 밀가루 챙겨 든 코흘리개 귀공자 아이, 불그스레 녹슨 프라이 팬 든 성깔 있어 보이는 곱슬머리 아이, 한 손엔 피리 통 한 손엔 으깨진 보리밥을 든 어깨마저 다부진 아이, 두꺼운 가슴 앞으로 내놓고 자전거 타고 가는 아이, 자전거 탄 아이 뒤를 쫓아 신나게 수바레를 향해서 달려가는 아이, 

수바레 도착하자마자 숨 돌릴틈도 없이 빤쯔 훌렁, 고추는 달랑달랑, 피리 통 넣을 곳을 찾아 벌갠 눈깔 다부진 아이는 나무로 만든 고기 총 들이대고, 곱슬머리 아이는 돌부리에 머리 깊숙이 박고 메기 잡기 여념 없다. 생긴 모습 같지 않게 코딱지 파가면서 밀가루 반죽 만들기 정신없는 허여멀건 코흘리개 귀공자 아이, 시커먼 연기 나오는 곤로 머리 박고서 입바람 불어대는 유난히 머리 큰 아이, 

깊은 햇살은 남산을 훌쩍 지나 수바레 골고루 비춰 주니 아이들 환호성 하늘 높이 치솟고, 아이들은 은빛으로 팔딱이는 피라미 떼 되어 가네.   

바로 그때! 

무언가 발견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손가락질하는 파란해골 13호 아이, 둑 위에 빤쯔까지 벗어 놓고 물 속으로 풍웅덩 한 무리 여자아이들, 조숙했던 파란해골 13호 아이 거츰츠레 눈 크게 뜨고 침을 질질 흘린다. 코흘리게 귀공자 아이는 밀가루 반죽에 콧물 떨어진지도 모르고 이따 맛 볼 튀김생각에 침을 젤젤 흘리고, 나무총에 관통당한 메기 하늘 높이 들이대며 어깨 다부진 아이 의기양양하고, 피리 통 속 피리 떼들은빛 춤추고, 곱슬머리 아이는 그걸 들어 올리며 득의양양하다.

피라미드 모양 삼인산에 낮과 밤이 섞여들어 불그스름한 황혼 넘어 갈 듯 말 듯 숨 가쁘게 뉘엿뉘엿하면, 고기 잡는 아이들도, 수영하는 아이들도 밥 먹어라 엄마 성화가 귀에 들린 듯, 배를 딴 피래미 고무신 속 담고, 잃어버린 한 쪽 고무신은 추억으로 남겨 놓고, 수염자란 메기들은 풀잎에 꿰 메고서는, 눈 온 날 강아지 흥에 겨워 펄쩍펄쩍 뛰듯이 소리소리 지르면서, 가슴두꺼운 아이 탄 자전거 뒤꽁무니 쫓는다.

삼인산 넘어갈듯 말 듯 숨 가쁘게 헐떡이는 황혼이, 수바레 넘어 널따랗게 드리워진 광활한 수북평야 살그머니 물들이면, 마지막 해 구경 솟아오른 피리 떼 화려한 은빛 물결 만들고, 여기저기 아낙네들 소리쳐서 밥 먹으라 아이들 부르는 소리 정겨운 노래가 되어 귀에 박혀있네.

 ㅡ 燭籠(초롱) 박철홍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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