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1년, 내가 처음 전라남도의회에 발을 디뎠을 때의 일이다. 광주·전남 건설협회 임원들과 간담회를 했는데, 자연스럽게 담양의 발전 방향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그 자리에서 한 임원이 말했다.
"담양은 공장을 짓는 것보다 가사 문학과 같은 문화를 꽃피워, 사람들이 찾고 머무르고 싶은 곳으로 가꾸는 것이 더 어울리는 곳입니다."
그 말이 내 마음 깊이 새겨졌다.
놀랍게도 개발을 주도하는 건설업계의 임원들이 담양을 단순한 산업 중심지가 아니라 문화와 자연이 살아 숨 쉬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 것이었다.
그리고 30여 년이 지난 지금, 나는 그분들의 통찰이 틀리지 않았음을 더욱 확신한다.
시간이 흘러 민선 4기 낙선 후 5기에 다시 군정에 복귀해 보니, 지금의 담빛문화지구 자리가 일반산업단지로 지정되어 있었다.
너무나도 황당한 일이었다. 나는 곧바로 박준영 당시 전남지사를 만나 건의했다.
"담양이 혁신도시 유치에 실패했다고 해서 그 부지에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것은 마치 광주의 심장부 금남로에 공업단지를 만드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곳이 어떤 곳인지 제대로 아시고 승인하신 겁니까? 이 계획을 전면 취소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결국 박 지사께서는 내 의견을 받아들였고, 새로운 시각에서 접근한 결과, 우리는 담빛문화지구를 만들어 인구 유입과 국제학교를 유치할 수 있었다.
그 대안으로 삼만리에 일반산업단지를 조성하였으나 많은 아쉬움이 있었다.
일반산업단지보다 주거, 문화관광 복합단지를 조성하는 것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더 큰 영향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담양의 관문이자, 청정 자연이 살아 숨 쉬는 봉산면 기곡리와 연동리에 약 23만 평의 대규모 일반산업단지를 조성하려 한다는 것이다.
과연, 담양의 가치를 온전히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결정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담양 제2일반산업단지는 왜 재검토되어야 하는가?
첫째, 담양이 오랜 세월 정성껏 쌓아온 자연 친화적이고 문화 예술적인 브랜드 가치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
담양은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은 자연 속에서 문화와 예술이 조화를 이루며 살아 숨 쉬는 곳이다.
그러나 담양의 관문을 산업단지로 채운다면, 방문객들이 처음 마주하는 담양의 모습은 공장과 물류 차량이 가득한 삭막한 풍경이 될 것이다.
이는 단순히 미관상의 문제가 아니라, 담양의 정체성과 매력을 훼손하는 중대한 변화이다.
둘째, 광주 근교의 특성상 복합단지가 아닌 공장 중심의 산업단지는 기대한 만큼 경제적 파급효과를 가져오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비교적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는 삼만리 일반산업단지를 보아도 주거 및 문화관광 산업에 비해 산업단지가 창출하는 인구 유입과 고용 및 경제적 효과는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무엇보다 담양의 관문에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것은 피해야 할 것이다.
담양의 정체성과 경관 등 지역 전반에 미치는 환경적인 영향이 이익보다 손실이 더 크다 할 것이다.
특히, 관문 지역의 가치는 공업 시설이 아니라, 담양의 친환경적인 브랜드를 강화하고 더 많은 방문객과 인구를 유입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될 때 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
셋째, 봉산면은 송순, 송강의 문학이 살아 숨 쉬는 곳이며 주거와 문학과 정원, 쇼핑과 관광이 어우러진 공간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큰 소중한 지역이다.
이 지역 인근에는 민선 7기에 프리미엄 아울렛 단지와 송순문학공원 조성이 계획되었으며, 우양자동차 일대를 주거 단지로 개발하는 것도 추진되었다.
이러한 개발이 실현된다면,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것보다 인구 유입과 지역 경제 파급효과가 수십 배에 이를 것이다.
산업단지가 들어설 곳과 자연과 문화, 주거가 조화를 이루어야 할 곳은 명확히 구분되어야 할 것이다.
담양의 미래, 다시 생각해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분별한 개발이 아니라, 담양의 가치를 더욱 높일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전략이 필요하다.
자연과 문화 그리고 사람이 중심이 되는 도시, 조화롭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는 도시가 되어야 한다.
우리는 담양을 공업지역이 아니라, 국민건강을 지키는 친환경 생명 농업, 살고 싶은 생태 정원도시, 머무르고 싶은 문화 관광도시, 보내고 싶은 인문학 교육도시와 함께 청년들이 들어올 수 있는 지식기반의 디지털과 문화산업의 글로벌 융합 도시로 잠재력을 키워나가는 일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관문 지역에 공장 중심의 단지를 조성하는 것은 지역 고유의 생태·문화적 가치와 발전잠재력을 크게 훼손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계획은 재검토되어야 하며, 담양의 특성을 살리는 발전 전략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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