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아름다운 삶의 마무리를 위한 새로운 문화, 슈우카스가 던지는 의미
(특별기고) 아름다운 삶의 마무리를 위한 새로운 문화, 슈우카스가 던지는 의미
  • 담양군민신문
  • 승인 2026.07.29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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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장남 현 행정안전부 전문강사<br>
박장남 현 행정안전부 전문강사

 

우리 사회는 지금 빠르게 늙어가고 있다. 평균수명은 길어졌고, 의학은 눈부시게 발전했지만 정작 “어떻게 삶을 마무리할 것인가”에 대한 준비는 여전히 부족하다. 
많은 사람들은 죽음을 이야기하는 것 자체를 불길하게 여기며 외면해 왔다. 그러나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오늘날, 죽음을 외면하는 것은 오히려 남겨진 가족에게 더 큰 혼란과 부담을 남길 수 있다.
최근 일본에서 시작되어 한국 사회에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슈우카스(終活)’ 문화는 바로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등장했다. 
슈우카스란 말 그대로 “인생의 끝(終)을 위한 활동(活)”이라는 뜻이다. 
일본에서는 2009년경부터 널리 쓰이기 시작했으며, 이제는 단순한 유행어를 넘어 하나의 사회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과거에는 죽음을 미리 준비한다는 것이 금기시되었다. 
유언장을 쓰거나 장례를 미리 준비하는 사람을 두고 “재수 없다”거나 “죽음을 불러들인다”고 말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슈우카스는 그런 부정적 의미와는 다르다. 
이는 죽음을 기다리는 행위가 아니라, 남은 삶을 더욱 품위 있게 살아가기 위한 준비이자 사랑하는 가족에 대한 마지막 배려이다.
슈우카스의 첫 번째 핵심은 재산과 신변 정리이다. 
예금, 주식, 부동산 등 자산 목록을 미리 정리해 두면 사후 상속 분쟁을 줄일 수 있다. 또한 평생 모아온 물건과 유품을 정리하는 과정은 단순한 청소가 아니라 삶을 되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이 되기도 한다. 일본에서는 이를 ‘단샤리(斷捨離)’라고 부르는데,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며 마음까지 가볍게 만드는 문화로 발전하였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비밀번호, SNS 계정, 인터넷 은행, 각종 유료 구독 서비스 등 디지털 자산 정리 또한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둘째는 의료와 돌봄에 대한 자기 결정권이다. 
큰 병에 걸리거나 의식이 없을 때 연명치료를 받을 것인지, 어느 정도의 치료를 원하는지 미리 기록해 두는 것이다. 이는 가족들에게 매우 중요한 기준이 된다. 사랑하는 가족일수록 환자의 생명 앞에서 갈등하고 괴로워하기 때문이다. 또한 요양시설, 간병 방식, 임종 장소 등에 대한 자신의 뜻을 남겨두면 마지막 순간까지 인간다운 존엄을 지킬 수 있다.
셋째는 장례와 묘지 준비이다. 
최근에는 화려한 장례보다 가족 중심의 소박한 가족장, 자연 속에 안치되는 수목장 등을 선호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영정사진이나 수의를 직접 준비하는 사람도 많다. 죽음을 두려움의 대상으로만 보지 않고 삶의 한 과정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넷째는 ‘엔딩 노트(Ending Note)’ 작성이다. 
이는 법적 효력이 있는 유언장과는 다르지만 슈우카스의 핵심 도구라 할 수 있다. 자신의 인적 사항, 자산 현황, 연락처, 장례 희망 사항은 물론 가족에게 남기는 마지막 메시지까지 자유롭게 기록한다. 갑작스러운 사고나 질병으로 의사 표현이 어려워질 때 엔딩 노트는 남겨진 가족에게 가장 소중한 길잡이가 된다.
슈우카스가 주목받는 배경에는 초고령화 사회의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 일본과 한국 모두 독거노인과 1인 가구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자녀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는 생각, 혹은 의지할 가족이 없는 현실 속에서 스스로 삶의 마지막을 준비해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고독사는 현대 사회가 안고 있는 심각한 문제다. 생전에 아무 준비 없이 세상을 떠날 경우 유품 정리와 행정 절차가 큰 사회문제가 되기도 한다. 이에 따라 일본에서는 지자체나 전문 업체와 미리 계약을 맺고 사후 절차를 준비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죽음에 대한 인식의 변화다. 이제 사람들은 단순히 오래 사는 것만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어떻게 살아왔는가 못지않게 어떻게 삶을 마무리할 것인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웰다잉(Well-Dying)’ 문화의 확산이다. 
죽음을 어둡고 두려운 것으로만 보지 않고, 인간다운 존엄과 품위를 지키며 아름답게 생을 마감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중장년층과 노년층을 중심으로 생전 정리와 엔딩 노트 작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와 복지관에서는 웰다잉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는 매우 바람직한 변화라 할 수 있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찾아온다. 그러나 준비된 죽음은 남겨진 사람들에게 슬픔만이 아니라 따뜻한 기억과 감사함을 남긴다. 슈우카스는 단지 죽음을 준비하는 활동이 아니다. 오히려 오늘을 더 의미 있게 살아가기 위한 성찰의 과정이다.
삶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사람만이 현재의 삶도 더욱 깊고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다. 이제 우리 사회도 죽음을 금기시하는 문화를 넘어, 품위 있는 마무리를 이야기할 수 있는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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