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보이지 않는 테러, 디지털 성범죄
(특별기고) 보이지 않는 테러, 디지털 성범죄
  • 담양군민신문
  • 승인 2026.08.19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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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장남 현 행정안전부 전문강사<br>
박장남 현 행정안전부 전문강사

 

오늘날 스마트폰과 인공지능(AI)의 눈부신 발전은 우리의 삶을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편리하고 풍요롭게 만들었다. 정보는 손끝에서 오가고, 거리와 시간의 제약은 허물어졌다. 그러나 문명의 빛이 강해질수록 그 그림자 또한 짙어진다. 첨단기술은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도구인 동시에, 악의적인 손에 들어갈 경우 타인의 존엄과 인격을 무너뜨리는 흉기가 되기도 한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디지털 성범죄다.
과거 성범죄는 오프라인 공간이나 일부 음성적인 영역에서 발생하는 범죄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정보통신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함께 성범죄는 디지털 공간으로 확장되었고, 이제는 인터넷과 SNS, 메신저, 인공지능 기술을 매개로 더욱 은밀하고 지능적인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디지털 성범죄는 단순한 사생활 침해나 개인 간의 갈등이 아니다. 정보통신기술을 악용하여 타인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인격권을 침해하는 중대한 범죄이며, 피해자의 삶을 송두리째 흔드는 '보이지 않는 테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디지털 성범죄란 카메라나 스마트기기, 정보통신망 등을 이용하여 상대방의 동의 없이 신체나 성적 장면을 촬영하거나, 이를 저장·편집·유포·협박 또는 소비하는 모든 행위를 말한다. 최근에는 생성형 AI 기술을 이용한 딥페이크 성착취물 제작까지 등장하면서 범죄 양상은 더욱 복잡하고 교묘해지고 있다.
이 범죄가 특히 위험한 이유는 비접촉성과 무한 확산성에 있다. 가해자는 피해자를 직접 대면하지 않아도 심각한 정신적 폭력을 가할 수 있으며, 한 번 인터넷에 유포된 영상이나 사진은 순식간에 복제되어 국내외를 넘나들며 영구적으로 떠돌 가능성이 크다. 피해자는 삭제를 요청해도 완전한 회수가 어려워 평생 불안과 공포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 그래서 디지털 성범죄는 흔히 '영혼을 파괴하는 범죄', '평생형을 선고하는 범죄'라고 불린다.
최근 발생하는 디지털 성범죄는 그 수법 또한 매우 다양하다.
첫째는 불법 촬영과 무단 유포다. 공중화장실, 숙박업소, 탈의실 등에 초소형 카메라를 설치하여 신체를 몰래 촬영하거나, 연인 사이 합의하에 촬영한 영상을 이별 후 보복의 수단으로 인터넷이나 SNS에 유포하는 행위가 대표적이다.
둘째는 딥페이크(AI 합성) 성범죄다.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일반인이나 학생, 교사, 연예인의 얼굴을 음란물과 합성하여 허위 성착취 영상을 제작·유포하는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가해자들은 단순한 장난이라고 주장하지만, 피해자는 극심한 수치심과 사회적 낙인,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겪는다.
셋째는 온라인 그루밍과 유포 협박이다. SNS나 메신저를 통해 친밀감을 형성한 뒤 신체 사진을 요구하거나 성적 대화를 유도하고, 이를 빌미로 금품을 갈취하거나 추가 촬영을 강요하는 범죄다. 특히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그루밍은 중대한 성착취 범죄로 엄격히 처벌된다.
넷째는 불법 콘텐츠의 소지·저장·시청 행위다. 텔레그램이나 디스코드 등 익명성이 높은 플랫폼에서 불법 촬영물이나 성착취물을 내려받거나 시청하는 행위 역시 범죄 생태계를 유지시키는 또 하나의 가해 행위다. 단순한 호기심이나 일회성 시청이라는 변명은 더 이상 법적 면책 사유가 될 수 없다.
정부는 이러한 폐해에 대응하기 위해 관련 법률과 처벌 기준을 대폭 강화하였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불법 촬영과 유포, 딥페이크 성착취물 제작 및 유포,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제작과 소지·시청 행위까지 모두 엄중한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특히 영리를 목적으로 유포하거나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범죄는 장기간의 실형은 물론 무기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다.
더 나아가 유죄 판결이 확정되면 형사처벌에 그치지 않는다. 신상정보 등록과 공개·고지, 전자장치 부착,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 제한 등 각종 보안처분이 뒤따르며, 사회생활과 직업 활동에도 치명적인 제약을 받게 된다. 한순간의 왜곡된 호기심과 충동이 평생 회복하기 어려운 법적·사회적 불이익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처벌을 강화하더라도 법만으로 디지털 성범죄를 완전히 근절하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예방 중심의 사회적 인식 전환이다. 디지털 공간에서 타인의 인격과 존엄을 침해하는 행위를 단순한 장난이나 놀이로 치부하는 왜곡된 문화를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불법 촬영물을 공유하거나 시청하는 행위 역시 명백한 범죄이며, 또 다른 피해를 양산하는 공범 행위임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아울러 피해자 보호를 위한 사회적 지원망도 더욱 촘촘해져야 한다.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와 ‘여성긴급전화 1366’ 등 전문기관은 피해 영상 삭제 지원, 법률 상담, 수사 연계, 심리 치료 등 종합적인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피해자가 혼자 고통을 감내하지 않도록 신속하고 체계적인 보호 시스템을 활성화하는 일 역시 우리 사회의 중요한 책무이다.
기술에는 선도 악도 없다. 그것을 사용하는 인간의 의식이 기술의 방향을 결정한다.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은 인간의 존엄을 지키고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문명의 도구가 되어야지, 타인의 삶을 파괴하는 흉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
디지털 성범죄를 근절하는 힘은 강력한 법과 엄정한 수사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서로의 인격을 존중하는 시민의식, 불법을 외면하지 않는 공동체의 책임감, 그리고 피해자를 함께 보호하려는 사회적 연대가 어우러질 때 비로소 우리는 기술의 그늘을 넘어 안전하고 품격 있는 디지털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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