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군산·전주 7개 시장에서 찾은 담양 전통시장의 길
지난 8월 5일부터 7일까지 본지 기획취재팀은 전북 익산·군산·전주와 충남 부여·예산·홍성·광천, 화재를 딛고 다시 문을 연 서천특화시장까지 7개 도시의 전통시장을 찾았다.
이번 호는 익산 중앙·매일·서동시장과 청년몰 ‘상상노리터’, 군산 공설시장·역전종합시장·양키시장·신영시장, 전주 남부시장을 다룬다. 다음 호는 충남 부여·예산·홍성·광천·서천의 시장을 차례로 소개한다.
본지 취재팀이 둘러본 시장들은 모두 ‘전통시장’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었지만, 저마다의 모습은 크게 달랐다. 사람들의 발길이 꾸준히 드나드는 시장이 있는가 하면, 한때의 명성만 남긴 채 빈 점포가 늘어난 곳도 있었다. 화려한 현대식 시설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다시 오고 싶게 만드는 이유'를 지속해서 만들어내는 일이었다. /편집자 주
#익산 중앙시장
익산중앙시장의 ‘상상노리터’는 2023년 2월 17개 점포로 문을 열었지만, 불과 1년 만에 4곳이 문을 닫는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3년째를 맞은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여름철 물놀이 시설과 야시장, 화합 축제가 이어졌고, 중앙시장상인회 서용석 회장은 청년 상인들이 스스로 메뉴와 가격을 고민하며 매장을 지키고 있다고 전했다. 익산시가 지역화폐 결제 고객에게 10% 할인을 제공한 점도 매출에 큰 보탬이 됐다.
더 눈에 띄는 변화는 상인들 사이에서 나타났다. 처음에는 중앙·매일·서동시장으로 갈라져 왕래가 뜸했던 세 상인회가 최근에는 회장단 차원에서 함께 야시장을 준비할 만큼 가까워졌다. 서동시장은 점포마다 상인의 얼굴과 사연을 담은 안내판을 세워 시장을 단순한 거래처가 아닌 '사람을 만나는 공간'으로 만들어가고 있었다.
#군산 4개 시장(공설·신영·역전종합·양키시장)
군산에서는 성격이 전혀 다른 네 곳의 시장을 만났다.
담양시장의 앞날에 가장 깊은 시사점을 던져준 곳은 군산공설시장이었다.
1918년 문을 연 이 시장은 2012년 재건축을 거쳐 실내 주차장과 승강기를 갖춘 282개 점포 규모의 현대식 시장으로 변모했고, 2층에는 청년몰 ‘물랑루즈’가 들어섰다.
취재팀이 둘러본 시장 가운데 평일 발길이 가장 꾸준히 이어진 곳이었는데, 단지 최신 시설 때문만은 아니었다.
시장 건물 안에는 군산시 여성교육장과 군산상권활성화재단, 건강증진센터, 장애인 관련 단체 등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시설이 대거 입주해 있었다.
장을 보러 온 구매객뿐만 아니라 교육이나 건강검진, 행정 업무를 위해 찾은 시민들까지 자연스럽게 시장을 거쳐 가는 구조였다.
군산공설시장에서 담양시장이 배워야 할 점은 분명하다.
담양시장은 이미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을 만큼 훌륭한 현대식 건물과 넓고 깨끗한 주차 여건을 갖췄다.
그럼에도 평일 방문객은 여전히 뜸하다. 좋은 건물을 지었다고 해서 저절로 시장이 살아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군산의 사례를 그대로 본뜰 필요는 없지만, 담양시장 내부나 주변으로 군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교육·문화·복지·건강 관련 기능을 대폭 끌어들이는 방안은 적극 검토할 만하다.
특히 활용도가 낮았던 3층의 넓은 공간을 개방하는 것이 시급해 보인다.
이곳에 현재 어르신 일자리 창출을 위해 담양군이 위탁 운영 중인 회원 2,000여 명 규모의 ‘시니어클럽’을 입주시키는 방안도 좋은 대안이다.
주민 대상 강좌나 건강 상담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고, 농특산물 체험·판매장과 관광객 쉼터 기능을 더한다면 장날이 아니어도 상시 유동 인구를 확보할 수 있다.
나아가 죽녹원과 관방제림, 메타세쿼이아길을 찾는 관광객의 발길을 시장으로 자연스럽게 유도할 연계 프로그램 개발도 시급하다. 무작정 시장에 오라고 홍보하기에 앞서, '방문할 만한 명확한 이유'를 만드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군산 신영시장은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줬다.
박대와 젓갈 등 수산물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120여 개 점포 규모의 시장으로, 2013년 상인들이 직접 협동조합을 꾸렸다.
2021년에는 7억 5,000만 원을 들여 친환경 생선건조장을 조성함으로써 반건조 수산물의 품질과 상품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렸다.
인근 폐철도 부지를 활용한 도시재생 숲과도 연결해 시장 환경을 대대적으로 개선한 결과, 상권르네상스 성과공유대회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상에 이어 2023년 전국우수시장박람회 대통령상까지 거머쥐었다.
담양시장과 창평시장 역시 죽순, 딸기, 쌀, 한과, 장류 등 뛰어난 대표 농특산물과 가공품을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특산품의 부재가 아니라, “담양시장에 가야만 제대로 된 제품을 살 수 있다”는 식의 대표 상징성이 약하다는 점이다.
상인들이 공동 상품을 개발하고 품질, 포장, 판매 방식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협동조합이나 공동사업 조직을 출범시키는 것도 좋은 해법이 될 수 있다.
반면 군산 역전종합시장과 양키시장은 전통시장 쇠퇴의 쓸쓸한 단면을 보여줬다.
새벽 3시에 문을 열어 동이 트면 사라진다 해서 ‘도깨비시장’으로 불리는 역전종합시장은 옛 장터의 예스러운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고, 한국전쟁 피란민들이 군수품을 팔며 시작된 양키시장은 한때 인근 지역에서까지 손님이 몰리던 유명 명소였다.
하지만 지금은 빈 점포와 한산한 골목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오래된 역사와 스토리텔링은 시장의 소중한 자산이지만, 변해버린 현대 소비자의 패턴을 돌려놓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사실을 두 시장이 증명하고 있었다.
#전주 남부시장
전주 남부시장은 또 다른 과제를 제시했다.
2011년 전국 최초로 청년몰을 조성해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떠올랐지만, 현재는 32개 점포 중 17곳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야시장으로 전국적인 인지도를 얻었음에도 청년몰은 세월이 흐르며 초기 동력을 잃어가는 모양새다.
#마무리
새로운 사업을 기획하고 건립하는 것보다, 만들어진 공간을 지속해서 살아 숨 쉬게 유지·관리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담양시장과 향후 재개장을 앞둔 창평시장 역시 초기 개장 효과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개장 이후에도 지속해서 상품과 이벤트를 리뉴얼하고 빈 점포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사후 운영체계를 미리 구축해 놓아야 한다.
취재 결과 도출된 답은 명확했다.
훌륭한 건물을 지어 올렸다고 해서 행정과 상인회의 역할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담양시장과 창평시장에는 사람들이 '찾아올 이유, 머물 이유, 다시 돌아올 이유'가 정교하게 디자인되어야 한다.
주민의 삶에 밀착된 공공기능을 시장 내부로 흡수하고, 죽녹원·관방제림 등 기존 관광 자원과 시장을 잇는 동선을 구축해야 한다. 또한 담양을 대표하는 먹거리와 특산품을 시장의 간판으로 육성하고, 상인들이 공동 품질 관리에 나설 조직력을 갖추는 일 모두가 시급한 과제다. 청년몰이나 야시장처럼 새로 추진하는 사업일수록 '개장' 자체보다 '개장 이후의 지속 가능한 운영 및 관리'에 한층 무게를 두어야 함을 이번 취재는 거듭 강조하고 있다.
재원 확보 전략 역시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번에 탐방한 시장들은 대부분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다양한 연계 사업을 적극 활용해 시설 개선과 상권 활성화를 도모했다.
여러 기관의 예산이 얽히면 사업 구조가 복잡해질 수 있지만, 지자체의 재정 부담을 대폭 줄이면서 사업의 연속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명확한 장점이 있다.
담양군 역시 창평시장 재건과 담양시장 활성화 사업을 순수 군비에만 의존하기보다는, 정부와 전남도가 추진하는 전통시장·상권 활성화 국도비 지원 사업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연결할 필요가 있다.
담양시장과 새롭게 출발할 창평시장 모두, 이제 ‘어떤 건물을 지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넘어 ‘어떻게 하면 사람들의 발길을 이 시장으로 끌어올 것인가?’에 대한 답을 가장 먼저 찾아 나서야 할 때다.
본지는 다음 회에서 충남 부여·예산·홍성·광천의 전통시장과 화재를 딛고 성공적으로 재기를 꿈꾸는 서천특화시장을 찾아, 전국 관광객을 끌어 모으는 시장의 노하우와 위기 극복의 원동력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세밀히 살펴볼 예정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