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기획취재 ④“시장을 새롭게 단장해도, 시장을 살리는 건 모여드는 사람이다”
2026년 기획취재 ④“시장을 새롭게 단장해도, 시장을 살리는 건 모여드는 사람이다”
  • 정재근·추연안 기자
  • 승인 2026.10.12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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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예산·부여·홍성·광천·서천에서 배운 담양시장·창평시장의 과제

 

본지 취재팀은 지난 8월 5일부터 7일까지 전북 익산·군산·전주를 둘러본 뒤 곧바로 충남으로 향했다. 예산·부여·홍성·광천과 화재를 딛고 임시시장에서 장사를 이어가는 서천특화시장까지 4개 시·군, 5개 시장을 취재했다.
전북에서는 사람들이 시장을 찾는 이유를 살펴봤다면, 충남에서는 시장이 살아난 뒤 생겨난 문제와 화재 이후 재건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들여다봤다. 손님이 몰리면서 주변 임대료가 크게 오른 곳이 있었고, 한때 전국적인 인기를 누렸던 시장은 방문객이 크게 줄어드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화재로 시장을 잃은 서천에서는 새 시장을 짓는 과정에서 행정과 상인들의 의견이 엇갈리기도 했다. 
새 건물에서 영업 중인 담양시장과 화재 복구공사가 한창인 창평시장에 참고할 만한 대목도 적지 않았다.
예산시장은 낡은 장터를 젊은 감각의 먹거리 공간으로 바꾼 예산군과 더본코리아(대표 백종원)의 협업으로 전국적인 관심을 끌었다. 
2023년 1월 문을 연 뒤 첫해 약 370만 명, 2024년에는 약 400만 명이 찾았고 누적 방문객도 1천만 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지난해 더본코리아를 둘러싼 여러 논란이 이어지면서 방문객은 130만 명대로 크게 줄었다. 


올해 들어서는 다시 회복세를 보여 5월까지 약 140만 명이 찾았으며,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는 올해 방문객이 최소 25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전국적인 관심을 끌어 많은 사람을 불러 모았다고 해서 그 인기가 계속해서 이어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사람이 몰리면서 시장 주변 상가의 임대료가 크게 오른 것도 문제였다. 

부여 중앙시장


백 대표가 자신의 유튜브를 통해 임대료 상승이 계속되면 시장을 옮기는 방안까지 언급했을 정도다. 
시장이 살아나더라도 임대료가 지나치게 오르면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온 상인들이 오히려 쫓겨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창평시장도 미리 살펴볼 필요가 있다. 
창평시장 내 임대료는 담양군에서 상인들이 부담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낮은 금액을 책정해 받고 있지만, 재건축이 끝나고 손님이 몰린 뒤 임대료 문제 등이 불거져 그때 대책을 찾기보다 상인과 건물주, 행정이 사전에 머리를 맞대는 편이 낫다. 

서천특화시장


시장이 살아났을 때 그 혜택이 기존 상인과 지역 주민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미리 대비해야 한다.
부여시장에서는 관광객을 시장으로 불러들이는 방법이 담양시장에 참고가 될 만했다. 
부여시장은 9,693㎡ 부지에 상설시장을 갖추고 매월 5일과 10일 단위로 오일장이 함께 서며 하루 평균 2천여 명이 이용한다. 
시장 안쪽 광장에서는 해마다 ‘백마강 달밤야시장’이 열려 먹거리와 공연, 체험을 한곳에서 즐길 수 있다.


눈여겨볼 점은 낮에 관광지를 둘러본 사람들이 저녁에는 시장을 찾도록 동선을 연결했다는 것이다. 
궁남지와 정림사지처럼 밤에 조명을 밝히는 관광지를 둘러본 관광객들이 그 발걸음을 이어 백마강 달밤야시장을 찾는 경우가 많다. 
관광객이 낮에 관광지만 보고 떠나지 않고 저녁에는 시장으로 발길을 옮기도록 한 것이다.
담양도 죽녹원과 관방제림, 메타세쿼이아길을 찾는 관광객은 많다. 


하지만 해가 진 뒤 이들을 담양시장이나 창평시장으로 불러들이는 방법은 아직 마땅치 않다. 대나무축제나 죽녹원 야간 개장 기간에 관광지를 찾은 사람들이 시장에도 들를 수 있도록 하고, 시장에서는 정기적으로 야간 먹거리와 공연을 마련하는 방안도 상인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


홍성군에서는 같은 지역 안의 시장들이 저마다 다른 특색을 살리고 있었다. 
홍성읍의 홍성전통시장이 주민들의 생필품과 먹거리를 중심으로 운영된다면 광천전통시장은 토굴새우젓과 재래김을 앞세워 외지 손님을 불러들이고 있다. 
1926년 개설된 광천전통시장은 지금도 매월 4일과 9일 오일장이 서며 토굴새우젓과 광천김이 시장을 대표하는 상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광천에 가면 무엇을 사야 하는지가 분명하다.
담양시장과 창평시장에도 죽순과 한과, 대나무 공예품 등 내세울 만한 상품은 많다. 
창평시장은 국밥이 널리 알려져 있지만 두 시장 모두 ‘이 시장에 가면 이것만큼은 꼭 사야 한다’고 떠올릴 만한 대표 상품은 아직 뚜렷하지 않다.
여러 상품을 한꺼번에 내세우기보다 시장마다 대표할 만한 품목을 골라 집중적으로 키우는 것도 한 방법이다. 
같은 품목을 취급하는 점포를 한 곳에 모으고 먹거리와 체험, 선물용 상품까지 다양하게 개발한다면 시장의 이름과 상품을 함께 알릴 수 있다. 
광천 하면 토굴새우젓과 김이 떠오르듯 담양시장과 창평시장도 이름만 들어도 떠오르는 먹거리나 상품을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찾은 서천특화시장은 창평시장과 같은 화재의 아픔을 겪은 곳이다. 
서천특화시장은 2024년 1월 대형 화재로 227개 점포가 불에 탄 뒤 임시시장에서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새 시장을 짓는 과정도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사
업비가 늘고 공사 일정이 늦춰지는 가운데 상인들의 의견을 설계에 언제, 어떤 방식으로 반영할지를 놓고 행정과 상인회 사이에 여러 이견이 생기기도 했다.
상인들이 재건축 자체를 반대한 것은 아니었다. 
앞으로 자신들이 장사할 시장인 만큼 점포 배치와 시설 등에 대한 의견을 어느 단계에서 얼마나 반영할 것인지를 놓고 입장 차이가 생긴 것이다. 
창평시장 역시 남의 일로만 볼 수 없다. 
화재 이후 복구공사를 빠르게 진행해 올해 10월 완공을 목표로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다. 
서천특화시장보다 규모가 작고 공사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건물을 완공하는 것으로 모든 일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점포 배치와 업종 구성, 상인과 고객의 동선, 편의시설, 시장 운영 방법 등은 실제 장사를 시작하면 크고 작은 불편으로 나타날 수 있다. 
준공 전에 상인들과 충분히 의견을 나누고 고칠 수 있는 부분은 미리 손보는 것이 좋다. 공사 기간 못지않게, 상인과 손님 모두가 편하게 이용할 시장을 만드는 일이 더 중요하다.
이번 충남 취재에서 둘러본 시장들은 처한 형편도, 운영하는 방법 및 살아가는 방법도 서로 달랐지만 담양시장과 창평시장이 참고할 점은 많았다. 
예산시장에서는 시장이 살아난 뒤 임대료 상승에 어떻게 대비할지, 부여시장에서는 낮 동안의 관광객을 저녁 시장으로 불러들이는 방법을, 홍성·광천에서는 대표 상품 하나가 손님을 불러모으는 힘을, 서천에서는 새 시장을 짓는 과정에서 상인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확인했다.
좋은 건물을 짓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담양시장은 관광객이 시장까지 발걸음을 옮기게 할 방법을 찾고 대표 상품을 키워야 하며, 창평시장은 개장을 앞두고 상인들의 의견을 다시 한번 꼼꼼히 살피고 주변 상권과 함께 살아갈 방법을 미리 고민해야 한다. 
시장은 건물이 아니라 사람이 살린다. 한 번 찾아온 손님이 다시 오고, 그들이 쓴 돈이 상인과 지역 주민의 소득으로 돌아가야 시장은 오래 살아남을 수 있다.
본지는 다음 회에서 경남 하동 화개장터, 진주 중앙시장 및 논개시장, 부산 깡통시장, 국제시장, 자갈치시장 등의 전통시장을 통해 시장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것들에 대해 살펴본다.

예산상설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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