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관포지교(管鮑之交)
(기고) 관포지교(管鮑之交)
  • 담양군민신문
  • 승인 2026.11.03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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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지역자활센터장 최윤규

 

사람은 혼자 살아갈 수 없다. 누구나 자신의 힘으로 삶을 꾸려가지만, 실직과 질병, 경제적 어려움 등 개인의 노력만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위기를 만나기도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어려움의 책임을 개인에게만 돌리는 것이 아니라,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함께 힘을 모으는 사회의 역할이다. 공동체의 진정한 가치는 모두가 평탄할 때보다 누군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중국의 역사서 사마천의 『사기(史記)』에는 사람 사이의 신뢰와 의리를 보여주는 관포지교(管鮑之交)라는 고사성어가 등장한다. 춘추시대의 관중과 포숙아는 서로의 처지와 능력을 이해하고 인정했던 인물들이다. 포숙아는 관중의 부족한 점만을 탓하지 않았으며, 그의 역량을 높이 평가해 자신보다 더 적임자라고 판단했을 때 그를 추천했다.

관포지교의 의미는 단순한 우정에 머물지 않는다. 상대의 현재 모습만으로 판단하지 않고 잠재력과 가능성을 발견하며, 자신의 이익보다 더 큰 가치를 위해 협력하는 데 있다. 이는 오늘날 자활 현장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을 단순히 지원받아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기회와 지원이 주어진다면 스스로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주체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도 공동체의 연대 정신을 보여준 경험이 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전개된 금 모으기 운동이다. 국민들은 국가 경제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힘을 보태고자 자신이 소유한 금을 내놓았다. 금 모으기 운동만으로 외환위기를 극복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국가적 위기를 공동의 과제로 인식하고 힘을 모았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관포지교가 한 사람의 가능성을 알아보는 신뢰의 이야기라면, 금 모으기 운동은 위기 앞에서 공동체가 힘을 모은 연대의 경험이다. 두 사례는 시대와 형태는 다르지만, 서로를 믿고 각자의 역량을 연결할 때 더 큰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공통된 가치를 보여준다.

오늘날 이러한 연대가 필요한 곳이 바로 지역사회다. 일할 의지가 있지만 취업의 문턱을 넘기 어려운 사람, 오랜 실직으로 자신감을 잃은 사람, 건강 및 생계와 돌봄의 부담으로 경제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는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

지역자활센터는 이러한 자활참여자들이 자활사업을 통해 일 경험을 쌓고 직무능력을 향상하며, 취업과 창업 또는 자활기업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지원한다. 자활근로사업단을 통해 지역사회에 필요한 사업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고, 자활참여자의 경제적·사회적 자립의 기반을 마련하도록 돕는다.

자활사업의 성과는 단순히 취업이나 소득의 증가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 정해진 시간에 출근하고 동료와 협력하며 자신의 역할에 책임을 다하는 과정도 중요한 변화다. 이러한 경험은 일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하고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밑거름이 된다. 자활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참여자가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삶의 주도권을 회복하도록 지원하는 과정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사회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지방자치단체와 복지기관, 고용기관, 사회적경제 조직, 지역기업이 각자의 자원과 역량을 연결해야 한다. 기관 간 협약이나 형식적인 연계에 그치지 않고, 실제 일자리와 서비스가 만들어지고 참여자의 자립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한다. 지역자활센터는 복지와 고용, 돌봄과 지역경제를 연결하는 중요한 거점이 될 수 있다.

물론 모든 참여자가 같은 속도로 성장하거나 동일한 결과에 도달하는 것은 아니다. 개인마다 건강과 가족관계, 근로 경험과 생활 여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립을 획일적인 기준으로 판단하기보다 각자의 상황과 목표에 맞는 지원이 필요하다. 취업뿐 아니라 근로 지속성, 직무능력 향상, 소득 안정, 사회적 관계 회복 등 다양한 변화를 함께 살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활 참여자를 시혜의 대상으로 바라보지 않는 태도다. 누구나 삶의 어느 순간에는 도움이 필요할 수 있으며, 누구나 공동체에 기여할 수 있다. 오늘 지원받는 사람이 내일은 지역주민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지역경제에 기여하는 주체가 될 수 있다. 한 사람의 자립은 개인의 삶을 변화시키는 동시에 가족의 안정과 지역사회의 지속 가능성에도 기여한다.

사마천의 『사기』에 담긴 신뢰와 인정의 정신, 그리고 외환위기 당시 금 모으기 운동으로 나타난 연대의 가치는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한 사람의 가능성을 믿고, 필요한 기회를 제공하며, 지역사회의 자원을 연결하는 일은 우리가 함께 실천해야 할 과제다.

지역자활센터는 연대의 가치를 일자리와 돌봄, 자립과 협력으로 구체화하는 현장이다. 한 사람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일이 지역의 희망으로 이어지고, 서로의 힘을 연결하는 일이 더 단단한 공동체를 만든다. 어려움에 처한 이웃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함께하는 것, 그것이 담양지역자활센터가 존재하는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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